바둑에 대한 “먼저온 미래”라는 책을 최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알파고 이후의 바둑기사를 인터뷰한것이 주된 내용인 책이다.
https://ridibooks.com/books/4097000321
중간 부분에서 바둑기사들이 AI를 바둑 트레이닝에 사용하면서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된 사례를 이야기한다. 이는 초반 포석에 대한 AI가이드에 대한 집중 학습을 하면서 중수 이하 기사들의 초반 실력이 크게 향상 된게 주된 원인이라한다.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초반 포석 능력이 AI로 인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재밋는 점은 AI초반 기보를 외워서 두는 사례가 많다는거..이해는 못하지만 이기기 위해서 외워서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기는 바둑의 룰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AI가 등장하면서 부터 바둑에서 “~~류” 하는 인생철학과 고집에 대한 주장과 담판은 바둑판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인기있는 바둑기사는 결국 이 둘 사이에서 잘 조율하는 감각이 있어야 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승부를 적당히 하면서 자신의 패턴으로 판을 이어가는… 이래야 보는 사람들도 승부 예측의 재미가 있을터이니까..
코딩의 세계도 다르지 않다. 한때 프로그래머들의 코드에는 시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문학적 프로그래밍 등). 변수명 하나하나에 담긴 철학, 함수 구조에 스며든 미학. 그것은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라, 생각하는 인간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그 모든 서정은 사라져 가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코딩는 “효율”과 “성능”이라는 미명아래 서사가 거세되고 있는 것이다. 서사의 일부는 “효율”과 “성능”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개발자의 가치관이나 심리 상태, 자세를 볼 수 있는 재미를 준게 사실이다. 또한 이런 피드백들이 모여서 프로젝트가 지속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누구도 서사를 코드에서 찾지 않는다. 결과와 얼마나 빠르게 작성했는지만 본다.
바둑판 위의 한 수 한 수에 담겼던 철학을, 코드 한 줄 한 줄에 스며들었던 시인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로. 효율, 승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시대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아마도 깊은 밤, 홀로 남겨진 모니터의 커서가 깜빡이는 순간에 찾을 수 있을 수도, 혹은 바둑기사들의 현재 상황을 보고 예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