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과학자에서 AI 연구자로 들어서며…

2018년 9월에 5년 넘게 몸담았던 DT조직에서 AI 조직으로 옮기면서 AI 연구자로 새로운 직무를 시작했다. 그동안 이러한 소식을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것은 이 발걸음에 불확실함과 기대, 불안이 공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4개월이 지나고 어느정도 바쁜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펜을 들어 그 소회를 고백해 보고자 한다.

데이터 분석, 기술, 문화

AI 연구자가 되기 전에 6년 넘게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해왔다. 그 이전엔 검색 엔지니어 였고, 엔지니어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넘어가게 된 이유와 방법은 이전에 밝힌 바 있다.

첫 4년은 데이터 분석에서 기술적인 부분(통계학, 머신러닝 등)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실제 이 기간에 통계학 학사 학위부터 시작해 박사 학위를 시작한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현란한 기계학습 기법, 시각화 방법론(심지어 시각화 책까지 썼다.)에 심취해 있었고, 이러한 방법론이 이 분야의 거의 전부라 생각했었다. 많은 업무에서 단맛도 많이 봤고, 쓴맛도 많이 봤다. 쓴맛을 본 이유가 모두 기술이 부족해서라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이 기간에 수행했던 일들을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필자의 링크드인에서 발췌한 것이다).

  • Data analysis and modeling with MNO(mobile network operator) related data and problems.
  • Build many kind of Machine Learning model and apply them to real problems.
  • 2015 market top data analyst in SKT.
  • Research on detection of customer life event changes with bootstrap sampling on interesting duration.
  • Experience on handling high-cardinality customer behavior data to apply Machine Learning Model.
  • Apply Bayesian Churn prediction model which better performance than legacy model.
  • Forecasting mobile traffic usage for infra investment.
  • Forecasting number of daily incoming calls on customer center for optimal operation.
  • Fee product analysis for optimal product usage based on Quantile Regression analysis.
  • Anomaly detection about leakage of personal information on the agency.(find system error and case of Illegal usage)
  • Develop credit scoring model for postpaid phone billing(both personal and corporation). Enhances discrimination of every grades and define optimal sales policy for each credit grade. Model uses not only billing history but also Telco specific customer behavior features.
  • Based on high-dimensional behavioral attributes to pursue a differentiated with legacy credit score model.
  • Develop scoring model for new business.
  • Researching heavily on behavior data to make it use it for marketing and new business purposes.
  • Customer Targeting Model for services using both behavior and contextual features which can improve performance more than 3 times better than control group.
  • Build customer job prediction model with behavior features for targeting and new business.
  • Apply scoring model using Deep Neural Network, improving performance over AUC +0.05 compare with traditional machine learning algorithms.
  • Apply online learning with TensorFlow(Deep Stacked Network) to reduce concept drift of changing market situation.
  • Make use of high dimension data on prediction model using AutoEncoder, it improve prediction performance.

최근까지 2년은 딥러닝에 심취하면서 모델링 자동화 그리고 관리 자동화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조직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직접 데이터 분석 모델링을 하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함이 컸는데 이 때문에 그 어디에도 없는 시스템이 되었다.

2년 동안 모델링 플랫폼 개발과 딥러닝 리서치에 집중 하면서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데이터 분석 업무에 대해서 한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왜 업무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적용하는데 몇몇은 실패를 했고 성공을 했는지….

먼저 밝힐것은 그 이유가 ‘기술’하고는 크게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랜덤포리스트를 사용하든 딥러닝을 사용하든 기술은 그걸 사용하는 모델러의 만족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결국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 자체 그리고 그 주변의 환경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있는 사람이었다.

모델은 필요 없어요, 제가 직접 쓸 레버를 주세요.

데이터 기반으로 업무를 최적화 하자고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서 업무 담당자에게 가져가면 아래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딥러닝은 해석 불가능해서 사용하기 어려워요.

사실 위 반응은 사용하기 싫다는 표현을 애둘러서 이야기 한 것일 가능성이 70% 이상인데, 순진한 모델러는 딥러닝 모델에 Lime 같은걸 어렵게 적용해서 다시 가져가지만 믿을 수 없다며 담당자는 소극적으로 대하게 된다. 이 쯤되면 모델러는 테스트를 하자고 제안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기존 방법의 1~2% 정도 성능 차이를 내고 적용 리소스 대비 효과가 적다며 클로징 하게 된다.

위 일화엔 두가지 업무 적인 특징이 존재할 것이다. 첫번째는 이미 비즈니스 로직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최적화 되었을 것이다. 모델로 자동화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직접 해도 될 정도인 것이다. 만일 자동화가 절실한 다 대 다를 연결해주는 로직이라면(예를 들어 온라인 광고) 안할 이유가 없다. 두번째는 현업 담당자는 새로운 레버를 원한다는 것이다. 현업 담당자가 원하는 건 대부분 자신이 몰랐던 속성(레버) 한, 두개이다. 모든 데이터 기반으로 하고 있는 블랙박스 모형은 원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이 컨트롤 하기 어려워 지게 되면 필요에 따라 메트릭을 생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1~2%의 성능 차이도 큰 비용의 차이를 가져오는 영역을 찾아서 데이터 기반으로 개선하는건 좋은 접근 방법이나 이 역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현업 담당자가 단순한 레버 활용으로 땡겨낼 수 있는 성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도 최소 5% 이상의 성능 차이는 보여줘야 되는데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레버 뿐만 아니라 브레이크, 핸들까지 줄께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접근 방법은 담당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도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쯤되면 분석, 모델을 넘어 개발이 된다. 분석, 모델링을 넘어서 도구까지 만들어줄 생각까지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 하는건 담당자와 지속적관 관계를 유지하고 데이터 기반 업무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게 하는 큰 디딤돌이 된다. 어떠한 담당자도 처음보는 괴상한 모델러가 와서 자신의 모든 업무를 자동화 시킨다고 설레발 치는걸 좋아할 수 없다. 레버는 물론 브레이크, 핸들까지 만들어 줄 생각으로 접근하고, 지속적 점진적으로 감동,개선시켜야 된다. 누가 데이터 과학자를 섹시한 직업이라 했나? 이미 섹시한 사람만이 데이터 과학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저런 고민 하고 싶지 않고 분석 모델링만 하고 싶어요.

프로세스…. 사람을 변화시키는건 매우 어렵다. 얼마나 어려우면 IBM에서는 사람을 해고하고 새로 채용하는게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 하겠나. 아마도 그걸 아는 분들은 저런 고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런 고민 하지 않고 순수한 분석, 모델링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앞서 이미 비즈니스 로직이 사람에 최적화 되어 자동화에 대한 니즈가 없다고 언급했다. 반대로 비즈니스 로직이 복잡해 담당자의 의사결정 자동화가 절실한 분야에 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e커머스, 온라인 광고 등등 온라인 서비스 회사는 매칭 경우의 수가 Many-to-Many여서 자동화가 필수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크리티컬한 의사 결정의 영역은 모두 머신러닝 모델이 수행하고 있다. 초단위로 모델을 관리하고 A/B 테스트를 상시로 구동하고 있으니, 기술을 뽐내고 갈고 닦기 좋은 영역이다.

그러니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말아요.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을 한다는건 상당한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과학을 하는 것이다. 사실 이미 그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본인의 실력과는 크게 상관없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잘 될 분석만 가려서 할 수도 없고 누군가는 해야 될 상황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인이 최선을 다하고 정말 뭐 할것 없이 수많은 시도를 했음에도 일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고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상황에 데이터 분석 조직 리더는 분석가를 질책, 책망하기 보다는 같이 고민해주고 담당자가 직접 풀기 어려운 조직레벨의 이슈를 해결해 주거나 분석 방향을 조절 및 제안해 주는데 집중 해야되며, 특히 잘 될 업무, 실패할 수 있으나 잠재력이 있는 업무 등을 리더가 잘 구분해 분석가들의 업무 스트레스/성과를 잘 조절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은 뒤로하고… AI 연구자로…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을 해오면서 느낀 한계와 가능성은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경험이고 나름의 결론이라 모든 경우의 결론이라 할 수 없는것에 주의했으면 한다. 하지만 사람, 문화, 업무를 변화하시키는게 업무의 본질임은 많은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하며, 그 미션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라는 것은 많은 경험자들의 공통 의견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 분석 업무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장시간을 투자해 얻었고 더 할만한 영역도 없었으며, 조직 초기부터 참여하여 이제는 조직이 안정화된 업무를 하고 있어 스스로 하산해도 될 거란 판단이 들었다(참고로 몸담았던 DT 조직은 현재 국내 최고의 데이터 과학자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서 취미로 하던 딥러닝 연구를 더 깊이 하기 위해 조직 이동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왜 AI 연구자가 되었는지 이유는 아래 세가지다.

  • 데이터 분석/모델링은 많이 했고 나름의 결론도 냈어요. (이제 그만…)
  • 딥러닝 기술연마/연구를 계속 하고 싶어요(논문도 쓰고..).
  • 딥러닝 기술 기반으로 신기한 AI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AI 연구에서 엔지니어링 스킬은 생각보다 중요

조직 이동전에는 연구에 엔지니어링 스킬이 어느정도 필요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지금은 엔지니어링 스킬이 연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체력적인 부분이라는 것에 100% 공감하고 있다. 축구 선수로 치면 체력이 좋아야 슛을 많이 시도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이 측면에서 볼때 경력있는 엔지니어가 AI 연구에 적합한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엔지니어링 스킬을 다져온걸 큰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고, 지금 이 시간 휴일에도 이 기술을 딥러닝 기술과 함께 연마하고 있다. 개발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해왔지만 지금도 연구를 위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기업의 AI 연구자로서..

생각해보면 AI 연구는 정말 어려운 것이다. 코딩도 (정확하게) 잘 해야되고, 학습 시간도 오래걸려(BERT는 8 GPU로 1달 학습해야됨. 1년에 12번 테스트만 해야 될까?) 최적화도 시켜야되며 이러한 과정을 수백번 반복되야 쓸만한 연구 결과 1개가 나오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회사에서 지속적인 AI연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될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구 방향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과 맥을 같이해야 된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스스로의 결론에 이르럿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한해를 시작하고 있다. 아마도 1년이 지나면 이러한 생각, 행동의 정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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