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아이디어 생성의 자동화’까지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AI가 일의 본질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를 넘어 ‘직업의 역할과 가치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네요.
자동화의 두 얼굴: 왜곡되는 임금 사다리
AI가 직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화되는 업무의 종류에 따라 극명하게 갈립니다. 아짐 아자르의 분석에 따르면, 두 가지 상반된 결과가 나타납니다.
- 고숙련 업무 자동화: 전문 지식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고용은 늘지만, 희소성이 사라져 평균 임금은 하락합니다.
- 저숙련 업무 자동화: 단순 반복 업무가 대체되어 고용은 줄지만, 남은 관리 인력의 가치는 높아져 임금이 상승합니다.
결국 어느 쪽이든 안정적이었던 통상적인 ‘임금 사다리’는 왜곡되고, 직업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재편되게 됩니다.
시험대에 오른 첫 직업: 소프트웨어 개발자
이러한 변화는 저와 같은 사람이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직군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 시장의 양극화: 단순 코딩은 AI로 대체되면서 초보 개발자의 입지는 좁아집니다. 반면,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AI를 지휘하는 고숙련 개발자의 가치는 상승합니다. 소수의 ‘AI 오케스트레이터’와 다수의 ‘AI 사용자’로 시장이 나뉘는 것이죠.
- 새로운 개발자의 탄생: 역설적으로 AI는 개발의 진입 장벽을 극적으로 낮춥니다. 한 작가의 경험담처럼, 코딩을 전혀 모르던 사람도 AI 툴로 무언가를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고, 이는 곧 한계에 부딪히며 오히려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지적 갈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AI가 기술 학습의 ‘대체재’가 아닌 훌륭한 ‘관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은 소수의 고임금 설계자와 AI의 도움으로 유입된 다수의 제작자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전체 고용은 늘 수 있지만, 평균 임금은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한 다수의 제작자들의 여러 아이디어 덕분에 시장은 확장될 가능성이 큽니다.
선택의 기로
이러한 변화는 급여 측면에서 안정적이었던 중산층을 위협하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겠죠.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AI를 소수 자본의 부를 증식하는 도구로 쓸 것인가, 아니면 마크 저커버그의 비전처럼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개인용 초지능’으로 만들 것인가?
마크 저커버의 개인용 초지능 역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초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결국 산업 혁명 시절 육체적인 능력이 증기기관이라는 능력으로 평준화가 된 사례가 있었듯이, 지능이라는 인간 능력 영역이 AI로 인해 상향 평준화가 된다면 인간은 다른 능력으로 평가되고 교육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앞으로 필요한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는게 뭐가 될까요? 교육을 비롯하여, 기본 소득 등 사회 각 영역에서 반드시 고민이 선행되어야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