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작년 모 해외 초청의 공식 스케줄 직전 레드락 캐년을 자전거로 라이딩 하고 캠핑을 했던 경험과 소회를 정리한 글입니다. 해외 캠핑과 자전거 라이딩을 한번에 호기롭게 했던 개인적으로 의미있었던 엑티비티 중 하나였습니다.
출발
“형님은 정말 뭐에든 진심이시네요?”
지난 연말 모임 도중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전 직장 후배의 말을 들으면서 이번 여행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하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걸 이틀동안 쏟아낸 정말 “진심”의 시간들이었다.
한번에 하나를 해도 버거울 행위들인데, 자전거, 야영 두가지를 해외에서 수행했으니 말이다. 그것도 생전 처음으로..
목적이랄것도 없이 매년 초대되는 외부 행사에 한번은 가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에 안가본 네바다 주 사막을 여행 할 수 있는 “기회” 다음 두가지 생각이 주된 동기가 되었다.
영국의 유명 미니벨로 브랜드 자전거를 구매한지 3년. 자전거를 애지중지 하는 상황은 이걸 패킹해서 미국으로 보내는 수화물 포장 과정에서 “파손면책” 항목에 사인을 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자전거 여행을 많이 가보신 분들이 “수없이 보내봤지만 한번도 파손된적은 없으니 걱정하지마!” 라는 말씀에 위안이 되었지만 짐을 부치면서 느껴진 어린 자식을 홀로 보내는 마음과 비슷한 감정은 감추기 힘들었다.
“자전거 잘 부탁드립니다”
그 밖의 텐트와 여러 캠핑 용품은 50L짜리 가방에 마구 넣어서 기내화물로 가지고 들어갔다. 물론 가지고 가는 상황에서 끝이 뾰족한것처럼 보이는 알루미늄 팩을 수화물 검사대에서 뺏기긴 했지만…

다녀오고 나서 느낀것이지만 “초대”와 내 자신의 “휴가”라는 두 상황이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물이 이번 네바다 자전거 캠핑이지 않았나 싶다. “초대” + “출장” 조합이었다면 절대 이런 여행을 하기 힘들었지 않았을까 싶다. 맞다.. 사람은 상황에 기대어 행동하기 마련이지. 서울에 여행을 하러 오는것과 일을 하러 매번 들락 거릴때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다른것처럼 말이다. 출퇴근 밥먹듯이 서울을 다니더라도 그 아름다운 야경이 눈에 들어온 적은 없으니.
평창 고원에서의 자전거 라이딩 느낌
베가스에 있는 해리 리드 공항에 내리자 마자 렌트카를 픽업해서 캠핑 전문 샵에 갔다. 다음날 쓸 “가스”와 “1회용 플라스틱 텐트팩”을 구매하기 위함이다. 얼마나 이런 일정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다음날 라이딩을 위해 가는 길에 이 캠핑용품샵을 지나치면서 느꼈다. 하지만 운전 환경을 익숙하게 하는 시간이었고, 당시 짐이 너무 많아서 렌트카에 짐을 싫고 나서의 자유로운 느낌을 만끽하기 아주 좋았던 드라이브이긴 했다.
황무지에서 캠핑하는데 모닥불이 없어서는 안되지 …. 하고 장작도 근처 월마트에서 구매했다.
라이딩 계획을 하면서 간과 했던 부분은 내 허벅지 “근육량”과 “업힐비율” 이었다. 특히 광활한 황무지에 숨어 있던 촘촘한 업힐 구간들은 왜 이 구간에서 미니벨로 라이더가 아닌 로드자전거나 전기 자전거 유저들만 보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길이는 20km 남짓한 거리였지만, 이중 60% 이상이 업힐이라는 것은 상당한 복병이었다.

힘든 업힐 구간 덕분에 쉬는 구간도 많았고, 그만큼 경관을 만끽하는 기회도 더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점이었다. 그렇지… “속도는 속도 만큼의 관찰의 밀도를 선물로 준다” .. 산의 능선은 더 선명해지고, 바람은 더 깊이 스며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나뭇잎의 속삭임이 나를 감싸며, 그 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속도가 느려질수록, 세상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삶을 여정이라고 비유를 많이 하는데, 그 인생 과정의 밀도는 속도에 비례할 것이다. 이는 굳이 이 구간을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로 타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가면서 종종 보이던 “주차 금지” 사인이 있던게 생각난다. 하지만 자전거는 해당 안되는 난 맘껏 멈추며 주변을 만끽하고 돌아왔다.

황무지 야영
베가스의 찬란한 밤을 옆에두고 있는 네바다 황무지에서의 밤은 그 광경을 예상하는 것 부터가 많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눈앞의 풍경은 바싹 메마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뭔가가 숨이있는 듯 하다.
하룻밤을 부탁하기 조차 두려울 정도로 황량하기도 하지만 이 덕분에 한국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곳이라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혼자 있을때 비로서 공간이라는 것은 확연히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나와 공간 이 두가지만 존재할때는 이곳이 이국이고 고향이고 큰 의미가 없어지는거 같다. 낮설지만 편안한 이 느낌 참 신기하다. 혼자라는 환경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국 땅에서의 혼자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좀더 나를 격리한 느낌… 하지만 친숙하고 내가 원하는 뭔가 이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내일 이런 환경과 이별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좀더 이 순간을 기억에 남게 하고 싶은 욕구를 심어주는것 같다. 내가 이곳에 오기 위한 나의 기원이 있고, 다시금 다시 그 기원으로 돌아간다는 필연 계속 되지 않을 황무지….

다음날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든다. 내가 있던 이 황무지와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온 이유가 있고, 또한 떠나야할 이유가 있다. 필연적으로 반복되지 않을 이 밤, 이 고요와 작별을 준비하며 나는 이 순간을 마음속 깊이 새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