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부터 아버지와 추석에 가을전어를 먹는 비공식 행사가 생겼다.
집 근처에 있는 전어전문집에서 주로 행사를 가지는데, 어머니에게는 운동다녀온다고 이야기하고 몰래 아버지와 함께 전어구이집에서 거하니 술한잔하고 맛있는 전어를 구워 먹는 재미가 솔솔했다.
그래서 올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특별하게도 올해는 가족전원이 참석했다. 게다가 인천서 온 외삼촌과 요즘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는 할머니까지 합세를 하셨다. 그래서 도합 7명이서 나들이를 나온 것이다.
아주 전어 전어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군산에서 어물전으로 유명한 해망동에 가서 직접 맛보기로 했다.
사전조사를 전혀 안하고 가버리고 말았는데, 운이 좋게도 유명한 집을 찾아 들어갔다.
애리 수산이라는 간판을 가지고 있는 나름 허름한 가게였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는데 나름 주인 아주머니께서 인터넷 쇼핑몰까지 운영하시고 계시는 유명한(?) 전문점중에 하나였다.(이 아주머니 닉네임이 ‘선창마녀’다)
이날 확실한 전어구이법을 알았다.
1. 싱싱한 전어의 껍질을 살짝 익혀 초벌 구이를 한다.
2만 5천원어치 14마리…. ㅋㅋ
쎈불에 초벌구이 덕분에 싱싱한 전어의 향내음이 날아갈 새가 없다.
이렇게 초벌구이를 하는 이유는 구이로 인해 딱딱해진 껍질때문에 재벌구이때 육즙이 날아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어막이 되기 때문이다.
2. 재벌구이는 은박지위에서 지글 지글…
3. 적당히 구워지면 익혀진 부분부터 먹는다.
식객이라는 만화에서 전어구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머리부터 먹는걸로 나오지만 이곳의 전문가 아주머니 말씀을 빌리자면 이것들은 회로도 먹는것이기 때문에 구워지는 족족 취향에 맞게 먹으면 된다고 하신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먹는건 머리가 되버렸다.
아쉽게도 전어 무침은 맛을 보지 못하였다. 전어무침의 경우 활어로 하는데 활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접고 말았다.
서울에서 맛볼수 있는 전어구이는 거의 저런 굽는 장면을 생략하고 나오는데 이런 전어구이는 대게 얼린전어로 한다고 한다.
이번달 초입에 서울에서 먹어본 전어와는 맛의 차이가 엄청났으니… 역시나 산지에서 먹는 음식은 최고다.
실제 전어 비늘이 그렇게나 이쁠수가 없었다.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아주 맛깔나게 드시는 모습을 보신 아버지께서 대박잡으셨다고 말씀하시며 나 몰래(원래 내가 내기로 했는데..) 카드로 계산하셨지만 이런 전어집에서는 현금을 좋아한다는 사실 알고 가면 좋을거 같다.
가족의 소중함과 고마움 그리고 정을 느낄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던 전어구이..
내년 추석이 다시 기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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