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번학기에 과 총무를 맡았었다. 그동안 총무일 안할라고 피해다니고, 어설프게 하고 그런게 사실인데, 어째 새학기 들어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뭐랄까 뭔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런 좋은 기분 때문에, 선배님들에게 칭찬도 받고 기분은 많이 좋아졌다.
이번주 화요일에 신입생 환영회 및 과 개강파티가 있었다. 물론 내가 기획하고, 장소잡고, 건배제의 하고, 말도 젤 많이 하고…
다 좋았는데, 무엇보다, 제일 마음에 걸렸던 부분이, 신입생분들의 맥주 1000cc 원샷이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계획한게 아니라 전적으로 선배님들(?)의 압박이 있었다. 나에게 빨리 하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난 그 압박을 어떻게 하면 좋게 넘어가볼까 하며 이리저리 횡설수설 해댔다. 결국 옆에 있던 여자 동기가 “전통이니까 마셔요!”하는 협박(?)을 하는 바람에 다들 마시긴 했다.
그 분들이 마시는 내내 힘들어 하는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한가지만 생각했다.
‘이 일로 다들 기분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여자후배 한분이 도저히 힘들어 해서, 나머지 부분을 내가 마셔드렸다. 차라리 내가 마시니까 훨씬 마음이 가벼워 진게 사실이였다.
술이란게 사람들 사이에 서먹함을 없애고 빠른 시간안에 친해질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것이 만능으로 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도 술이 싫어서 들이키는 피쳐의 찰랑거리는 맥주가 어느 바다보다도 깊고, 넓게 보이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것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희열을 느낀다.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아닌것이다. 다들 다른곳을 보며 2,3명씩 모여서 이야기를 하지만, 단 그때만큼은 모두 한곳에 집중을 하고,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이걸 보면서 난 이 생각을 해봤다.
“아직 모두 모여서 함께 노는 방법을 우리가 모르는구나.”
콘서트 장에 가면 술이 아니여도 잘 놀고, 느끼고, 공유할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방법을 모르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파티문화 라는게 있다. 그런 파티문화에 콘서트 문화가 자연스래 녹아있고, 그런 분위기에서 술을 먹고 죽을듯 마시는 벌주 스타일의 모습은 본적이 없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그런 모습을 봐왔고, 그런것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껴지는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아무도 대학에 가기전 ‘함께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가르쳐 주는것도 아니다. 대학에 있는 그들도 대부분 어떻게 노는지 모른다. 또한 자리를 깔아줘도 제정신을 가지고 놀수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얼마전 과 선배님의 딸 돌잔치를 다녀왔다. 돌잔치를 가본게 딱 두번뿐이였다.
딸 돌잔치를 하는데, 이벤트 업체에서 나온듯한 분들이 재밋는 사회를 보고, 이벤트도 하고, 모두 함께 느낄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걸 보고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였지만, 함께 웃을수 있었다. 만일 그런게 없고 ‘돌잔치 하니까 맥주 3000cc 원샷해!’하는 식의 이벤트가 진행됐으면, 다들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
바로 이런 놀이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O.T나 신입생 환영회에서 무작정 마셔라 하기위해 술독과 사발을 준비하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뭔가 의미있는 놀이를 준비하는 자세말이다.
물론 술도 그 놀이문화의 중심에 가끔 설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술은 상대방과 서먹함을 없애고 이야기 할수 있는 매개체 이상도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개강파티때 1000cc 원샷으로 인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써봤다. 만일 이 글을 선배님들이 본다면, 이찌 말씀하실지 모르겠다.
나같으면 이래 말하겠다.
“그러게 니가 준비를 잘 했어야지?”
” orz ”
이럴땐 항상 인력과 돈, 시간이 없어 준비하기 힘들다 말하곤 한다. 물론 사실이니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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